광주고려인마을 엄엘리자 할머니가 말하는 '고려인의 삶'

인터뷰

광주고려인마을 엄엘리자 할머니가 말하는 '고려인의 삶'

광주고려인마을(대표 신조야)은 마을내 거주하는 노인세대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신문 ‘동그라미’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늘은 고려인 3세로 국내 귀환 후 광주에 정착한 엄엘리자(70세)씨다. 인터뷰는 고려인4세로 고려인마을 자녀학교인 광주새날학교 고등3반에 재학중인 박엘리자벳양이 진행했다.

엄 엘리자는 우즈베키스탄 미하일롭까촌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타슈켄트주 디미뜨로브 콜호즈[집단농장]로 이사했다. 중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학업을 마친 뒤 20년간은 수술간호사로 일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시기에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건너가 20년간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리고 2010년에 한국으로 이주했으며 이후 4년간 자식과 손주들이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것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엘리자는 부모님과 2남 5녀의 대가족 속에서 자랐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가족구성원 중 4명이 세상을 떠났고 남은 가족들은 러시아 사라토프에서 살고 있다. 엘리자는 그들을 몹시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러시아에 남아있다. 엘리자는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한국의 3개 나라에서 살아봤다. “내게는 한국이 더 마음에 듭니다. 한국은 우리의 고국이니까요”라고 엘리자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터뷰의 주인공 엘리자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그곳이 고향이 되었지만, 그녀는 늘 한국으로 오고 싶어 했다. “내 꿈이 이루어졌지요”라고 엘리자는 행복하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1. 한국에 오기 전과 후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나요?

엘리자 : 물론 완전히 달라졌지요… 거기서는 우리를 그렇게 평범하게 보지 않지요. 그곳은 우리의 고국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여기 와서는 편안하고 자유롭습니다… 이곳은 내게 아주 좋아요,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2. 왜 간호학을 공부했나요?

엘리자 : 온 생애를 간호사가 되기를 열망했기 때문이지요. 나는 이미 결혼해서 자식도 둘이나 있었는데 학교에 들어갔어요. 심지어는 그 일이 몇 살 때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아주 오래전 일이지요. 그렇게 늦게서야 학교에 들어가 매일 공부하고 2년 후에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엘리자는 그 지역에 사는 고려인에게 시집갔다. “물론이지요, 예전에는 우리의 관습이 엄격해서 고려인이 다른 민족과 결혼하는 일이 없었지요. 같은 콜호즈에서 살고 배우고 자란 동갑내기에게 시집갔어요. 우리 콜호즈 구성원은 거의 모두 고려인이었는데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 사실상 모든 고려인이 그곳을 떠나버렸어요.”

3. 당신 가족은 당신에게 한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나요? 그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엘리자 : 아니요, 왜 그랬는지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이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는데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분들은 완전한 옛 고려말(한국어)로 말씀하셨고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고려말만 사용했었지요. 특히 지금은 한국에 도착하여 한국말을 자주 쓰기 때문에 심지어는 러시아말을 잊어버리곤 해요. 그런데 자식과 손주들은 한국말을 몰라 내가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중지시키곤 하지요.

나는 러시아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리고 부수 과목으로 고려말과 우즈베크어를 배웠습니다. 덕분에 나는 지금 한국어 자모를 모두 알고 기본적인 단어를 모두 읽을 수 있지요.

인터뷰의 주인공이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그녀가 13살 때까지 살아있었다. 엘리자는 가족 중 누구도 자기 가족이 한반도의 어디서 떠나왔는지를 말해주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아마 두려워서 말하지 않았거나 말하기를 원치 않아서 그랬을 겁니다.”라고 엘리자는 설명을 덧붙였다.

어린 시절은 매우 살기 좋았고 부모님은 부자였다. 아버지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어 교사로 일했다고 그녀는 기억한다. 아버지는 또 사무소에서 경리와 다른 직책으로도 일했다.

음식에 관해서는 이곳으로 이주한 모든 고려인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과 현지 한국인에 대한 인상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한국인과 고려인이 다르지만 “우리는 똑같은 한민족이다.”

인터뷰의 주인공 엘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가족의 행복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내 인생에도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엘리자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자기의 인생사가 독특하고 나름대로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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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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