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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번 접은 희망

송정동 박선화 씨 이색 기부, 종이봉투 1만 여개 광산구에 맡겨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이 이 봉투로 희망 전했으면 좋겠다.”

[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코로나19로 모두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이 이 봉투에 좋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담아서 다른 이들에게 건네며 희망을 전했으면 좋겠다.”

1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21개 종이상자가 도착했다. 다양한 종이상자들 안에는 가로 18cm 세로 9cm 가량의 오색 종이봉투 1만 여장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지폐나 상품권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제작된 봉투들은 크게 두 종류였지만, 디자인이 똑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남편 트럭을 이용해 가족과 광산구에 종이상자를 전한 이는 송정동의 박선화(54) . 상자 속 종이봉투는 박 씨가 자투리 벽지를 재활용해 2월부터 하나하나 접은 것들이다. 평소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지난해 친구가 선물한 백화점 상품권 포장 봉투가 너무 예뻐 따라서 접어봤던 경험을 이번 종이봉투 만들기에 십분 발휘했다.

건강 때문에 10년 넘게 운영해오던 음식점을 지난해 접은 박 씨는, 집 리모델링을 하고 남은 벽지가 눈에 띄자 소일거리로 봉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것들을 주변에 나눠주자 반응이 좋았다. 보람을 느낀 그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쁜 봉투를 보고 쓰며 힐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음을 굳힌 박 씨는 동네 명동지업사, 한양지업사, 삼영인테리어를 무작정 찾아갔다. 종이봉투 견본을 보여주며 자신의 뜻을 전하자, 세 가게 대표들은 흔쾌히 자투리 벽지를 내줬다고 한다. 이렇게 자원을 재활용하다보니 똑같은 겉모양의 종이봉투가 없다. 박 씨는 가게 홍보에 쓰라며 500여 개의 종이봉투를 전했고, 소진된 봉투를 수시로 채워주는 것으로 지업사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박 씨는 종이봉투 1개를 만드는 데는 벽지 자르기와 풀칠 말고도, 평균 10~15번의 접기 등 손이 간다고 말한다. 광산구에 전한 봉투가 1만개 정도니, 얼추 계산해 봐도 13만회의 품이 들어간 셈이다. 정성스런 시간과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한 박 씨의 종이봉투는 재능기부라는 가치가 더해지며 지역사회에 잔잔한 희망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광산구는 주민 왕래가 잦은 구청 1층 민원실과 교통행정과에 이 종이봉투를 비치해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봉투 옆에 박 씨와 벽지 기부 가게의 이름을 게시해 나눔의 의미를 높이고 있다.

조만간 다시 음식점을 열어서 내 본업으로 돌아가려 한다라는 박 씨는 종이봉투를 접으며 건강을 많이 회복했는데, 내가 접은 봉투를 쓰며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이봉투가 필요한 단체에서 연락을 주면 기부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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